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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스타트업이여 내일 죽을것 같이 일하라

나를찾는아이 2013. 1. 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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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소규모의 조직에게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내일 죽을것 같이 일하라"


내일 죽을것 같이 일하라는 지금 이 말은 일주일에 120시간씩 일하면서 죽을 힘을 다해 피토해가면서 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이 포스팅에서 "문서화"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의 문서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경험담이 하나 있다.


군대 전역하기 전 말년병장의 신분으로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예비민간인 포스를 뽐내고 있을때, 다른 말년병장처럼 어딘가 구석에 짱박혀서 잠을 자는 등의 시간을 보내지 않고, 매년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사고 또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언이나 절차, 방법, 준비물들을 꼼꼼히 정리하는 문서화작업을 했다.


행여나 인수인계하지 못한 일들이 있을까봐 꼼꼼히 적으려 노력했고, 당시의 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완료되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그 일의 히스토리를 남겼다.


2년의 군복무는 1년짜리 군대 스케줄을 2번 반복하는 것과 같은데 이병, 일병때 경험했던 훈련을 상병, 병장때 고참으로서 한번더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상 1년에 한번 했던 행사 또는 훈련을 그 다음 해에 정확히 기억해내서 수행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일이다. 고작 기억이 남아봤자 고참들에게 갈굼받았던 기억 밖에는 없을것이다.


심지어 3개월 전에 처리했던 손에 익지 않은 세무행정조차도 어떠한 순서로 준비를 했고 진행을 했는지 까먹는데 1년 전에 했던 일을 기록해두지도 않고, 그렇다고 3년 이상 반복해서 하지 않는한 동일한 일의 순서와 과정을 머릿속에 또렷히 기억하고 있기란 어려운일이다.




소규모조직이 굉장히 등한시하는 것중에 하나가 문서화다.


왜 문서화를 하지 않는지는 이미 나도 알고 모두 다 알고있다.


해야하는데 막상 내가 하기 귀찮고, 누군가에게 시키기도 그렇고, 다른 중요한일도 많은데 왜 문서작업 안하냐고 다그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어서하라고 쪼아대기도 그런 다소 지엽적으로 보이는 일이다.



"우리회사는 작아서 모든 내용이 빠짐없이 공유되고 있어요. 매일 같이 회의를 하죠. 그래서 모두가 이 사안에 대해서 너무 잘알고 있어요"


"이미 잘 알고 있는데 번거롭게 문서화해서 남겨 놓을 필요 있나요? 괜히 쓸데 없는 일에 시간낭비 하는거 아닌가요?"


"그걸 제가 꼭 해야하나요? 누가 하죠?"


"지금 다른것도 할게 많은데 나중에 하면 안될까요?"


"이 일은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다른 사람은 굳이 신경쓸일이 아니라서 제가 잘 기억해두고 있어요"





흔한 대기업의 업무하는 방식을 살펴 보자.




어떠한 일을 시작하기전에 기획안을 만든다.


기획안이 통과되면 구체적인 세부 실행계획서를 작성한다.


해당 사안이 실행되고 난 후에 행위로 얻은 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사후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이 일들의 처음과 끝까지 발생하는 회의들에서 회의록을 항상 기록한다.




대기업에서 하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는 반드시 문서화가 있다. (물론 꼭 대기업만 그런건 아니다.)




물론 대기업은 이러한 문서화가 자칫 주객이 전도되어 문서화가 목적이되고, 문서화를 위해 문서화를 하는 모습도 흔하다.


문서화를 하는게 일을 하는게 아니라, 일을 해야 일을 하는건데, 문서화하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동을 소모한다.


쓸데없이 문서만 만들고 있고,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있고, 폰트는 무엇으로 해야할지, 폰트크기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바로 이런점이 대기업의 비효율로 지목되기도 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했던가.


대기업이 문서화에 지나쳤다면, 내가 만났던 많은 작은 조직들은 모자란 정도가 아니라 무심할 정도다.


심지어 내부 회의록 마저 작성하지 않고 운영되는 팀, 조직들도 많이 보았다.



지금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는 문서를 얼마나 가지고 있나요?




우리나라의 인수인계문화는 굉장히 잘못된 것이 많다. 후임근무자가 선임근무자한테 인수인계 받을때 업무에 대해 상세히 기술된 문서를 받는다면 정말 행운아인것이고, 선임근무자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상당수의 업무 인수인계가 "네가 알아서 물어보고 찾아다니면서 무조건 해내", "다 맨땅에 헤딩하는거지" 라는 식으로 진행되고, 맨당에 헤딩 하던 시절을 극심한 고생속에서 보낸 사람마저도,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덜어줄수 있을만한 문서화에 무심하다.


"나도 맨땅에 헤딩해서 여기까지 왔어. 너도 맨땅에 헤딩해봐야지. 다 그러면서 크는거야"


하는 식으로 악순환이 계속 된다.




당신의 조직이 너무 작아서 문서화할 필요가 없는가?


소규모조직이 언제까지라고 소규모조직이지 않다. 정말 당신의 조직이 구멍가게일지라 하더라도, 소규모조직에는 문서화가 필요없다는 말도 무책임하다.




당신이 이미 너무나도 잘 숙지하고 있기에 굳이 문서화를 하지 않는 것인가?


당신은 불로불사의 몸이 아니다.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서 한동안 업무를 맡지 못할수도 있고, 상사와의 불화로 내일 당장 그 회사를 때려칠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내 업무를 이어 받는다. 당신이 퇴사하면 당신의 머릿속에만 진행되던 일들, 당신만 상세하게 알고 있던 일들을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인수인계를 잘해준다고 한들 반드시 누락되는것이 있게 마련이다.



문서화를 하라. 그렇다고 문서화에만 몰두하지마라.

당장 옆자리의 개발자에게 가서 1~2분이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서 준다고 하루를 날려먹지 마라.

일단 개발자에게 가서 설명을 마치고, 개발자와 충분한 피드백을 주고 받은 후에 결과를 문서화하자.

왜 이렇게 이렇게 기획하였는지, 어떠한 점에서 개발자가 잠재적 문제를 지적하였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였는지.






그리고 개발자분들, 문서와 친숙하지 않은것 잘 알고 있다.


자칫 허드렛일로 보일수 있는 문서화는 개발자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에서 실수는 곧 프로그램, 서비스의 오류로 나타나고 이는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후임근무자가 당신이 만든 시스템을 접할 때 아무런 문서가 없다면 너무 막연하다.


이미 당신도 경험하지 않았는가?



소스를 수정하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개발 환경 설정을 어떻게 해야하고, 소스를 어떻게 빌드하는지, 어떻게 배포하는지, 서버에서 무슨 스케줄이 돌고 있는지, 폴더 구조는 어떤지, 아키텍쳐 구성은 어떤지, 예외적으로 처리한 사항은 없는지, 서버의 실행 및 중단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당신의 매 설정마다 이런 건 시간이 들더라도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 다음에 해야지 하고, 하루 이틀 지나가면 분명 까먹는다. 특히 시스템의 설정이란 초기에 한번 설정하면 그 다음에 쓸일이 없기 때문에 다시 상기해내기도 어렵다.


이런 정보들이 남겨지지 않기에 이미 운영되는 서비스인데도 불구하고 어디하나 건드릴 수도 없고, 뻔히 돌고 있는 서비스인데 그누구도 손도 못대는, 언제 사고날지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보고만 있는 서비스도 수두룩하다.




나도 인수인계 없이 맨땅에 헤딩해서 했어. 이게 과연 자랑인가요?


언제까지 이러한 문화를 후임들에게 물려주시겠습니까?



지금 당신이 하는 업무에 대한 문서를 최신화 하세요.


당신의 소스코드에 대한 문서화를 하시고,


여러분의 디스크안의 0.7 버전의 스토리보드를 지금 현재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세요.



당신의 영업 상황을 기록해두고, 현재 각각의 회사와 어떠한 논의가 오간 상태인지 남겨두세요.



당신의 비전을 그려놓으세요. 그리고 그 과정을 그려보세요.


과정의 중간중간 왜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관련 자료를 정리해두세요.



문서화라는 것은 암묵지를 형식지로 만드는데 있어서도 매우 유용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각을 문서화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정돈 할 수 있고,


생각을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좀 더 매끈한 생각으로 다듬어집니다.




내일 죽을 것 같이 일하세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조직원인 당신이 떠난 자리에는 당신의 맡았던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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